고양이는 왜 얼굴을 핥아 깨끗하게 할까?
고양이는 대부분 식사를 마친 후 얼굴 청소를 하는데, 우선 입 주변을 혀로 핥으면서 세수하기 시작해서 발을 핥아 침을 묻혀 얼굴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기도 하고 온몸의 털을 수시로 고르는 행동을 한다. '세수'라고 간단하게 표현하고는 있지만, 잘 관찰해보면 제일 처음에 고양이가 깨끗하게 하는 부분은 입 양쪽 끝에 있는 수염이다. 혀로 핥은 앞발로 수염을 문지르고는 다시 앞발을 핥아 수염을 문지르는 행동을 반복한다. 다음에는 반대쪽 앞발도 똑같은 요령으로 이용하며 반대쪽 수염도 깨끗하게 청소한다. 수염이 깨끗해지고 나면 얼굴 전체를 세수하기 시작한다. 이런 행동을 통해 음식을 먹은 후의 입 주변이나 수염과 얼굴에 묻은 음식 찌꺼기를 없앤다. 얼굴 전체를 직접 혀로 핥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혀로 핥은 앞발을 이용하는 것이다.
본래 고양이는 살아 있는 먹이를 잡아먹고사는 동물이다. 그러므로 먹이를 먹고 나면 입 주변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더러워진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점점 더 몸이 더러워지기 때문에 음식을 먹은 후에는 입 주변과 얼굴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습성이 생기게 된 것이다. 특히 수염을 깨끗하게 하는 데 더 공들이는 모습을 보면, 고양이에게 수염이란 대단히 중요한 감각기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육식동물인 개 역시 음식을 먹은 후 얼굴과 몸이 더러워지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고양이처럼 열심히 얼굴을 청소하지는 않는다. 고양이는 가만히 엎드려 먹잇감을 사냥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몸에 냄새가 남아있는 것을 싫어한다. 실제로 털이 짧은 고양이의 경우, 목욕을 시키지 않아도 그다지 체취가 나지 않는다. 고양이에게 체취를 없으는 행동은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지상 과제'와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더러움을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체취를 없애기 위해서도 더욱 열심히 자신의 얼굴을 깨끗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긴장완화의 효과가 있는 털 고르기 행동
식사가 끝난 후 세수를 끝마친 고양이는 어딘가 편안한 곳으로 장소를 이동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몸 전체의 털 고르기를 시작한다. 등을 핥고, 배를 핥고, 다리까지 핥는다. 고양이가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동물이라고 불리는 까닭이기도 하지만, 이런 행동들 역시 자신의 체취를 없애려고 관리 차원에서 매일같이 치르는 일과이다. 지치지도 않고 끈질기게 몸 전체를 핥고 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잠이 들고 만다. 그래서 고양이는 털 고르기가 끝난 후 바로 잠들 수 있는 편안한 장소로 이동한다.
몸을 핥는 털 고르기 행위에는 긴장 이완의 효과가 있다. 그래서 고양이는 몸을 핥는 도중 슬슬 잠이 오게 되고, 결국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게 된다. 핥는 행위를 통해 긴장 이완의 효과를 얻는 동물은 고양이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포유류 동물이 핥는 행위를 통해 긴장을 이완시킨다. 스스로의 몸을 핥거나 부모 혹은 친구들이 몸을 핥아주는 것 모두 같은 식의 긴장 이완 효과를 발휘하며, 그런 면에서 핥거나 쓰다듬는 행위의 스킨십은 같은 식의 자극 효과를 신체에 전달한다.
포유류의 부모는 새끼를 키우며 자주 핥거나 쓰다듬어준다. 이러한 스킨십은 편안함과 긴장 이완의 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에 심신 모두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포유류의 새끼가 편안하고 안전하며 배부르다고 느낄 때 잠에 빠져드는 것처럼, 털 고르기를 한 후 고양이에게도 그와 같은 반사적인 행동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킨십으로 긴장이 풀리면 혈압과 맥박이 떨어지고 소화액과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된다는 사실이 증명된 바 있다. 사람도 흥분했을 때 누군가 애정을 담아 꼭 안아주면 점차 흥분이 가라앉아 차분해지는 것도 스킨십에 의한 긴장 이완 효과이다. 사람이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는, 고양이를 만지는 행동이 자신을 위한 일종의 스킨십이 되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밥을 먹고 난 후나 용변을 마친 후에 행하는 털 고르기 행동을 통해 자신의 체취를 없애는 것과 동시에 커다란 심리적인 안정까지 찾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고양이의 수면 시간이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고양이가 깜짝 놀라면 바로 등을 핥는 행동을 취하는데, 이 또한 털 고르기를 통한 긴장 이완 효과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몸을 핥고 털을 고르며 자신의 기분을 차분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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