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고양이가 모여드는 이유

밤에 고양이가 모여드는 이유

깊은 밤, 주차장이나 공터에 잔뜩 모인 고양이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앉아 있는 모습을 자주 보셨을 것이다. 서로 조금씩 거리를 둔 위치에 진을 치고 있기 때문에 싸움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이가 좋아 보이지도 않는다. 그저 그렇게 앉아 있을 뿐인데, 이것이 바로 고양이의 '야간 집합'이다.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해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삼삼오오 흩어진다. 도대체 고양이들은 무슨 목적으로 이렇게 모여드는 것일까? 예전부터 이런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지만 아직 그 의문은 풀리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유력한 설이 하나 있다. 바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고양이들 간의 회합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야간 집합'은 고양이의 밀도가 높은 도시나 인구 밀집지에서 볼 수 있는 행동으로, 고양이의 밀도가 낮은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고양이의 밀도가 높다는 것을 다른 면에서 생각해보면, 서로의 영역에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고양이들의 영역이 겹치는 공터 같은 공간에서 회합 성격을 가진 모임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가설이다.

 

이런 회합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아직 정확한 것은 밝혀지지 않았다. 고양이는 밤에 활동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풀어놓고 키우는 고양이일 경우, 늦은 밤에 외출하고는 한다. 자신의 영역 안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던 도중 공터에서 다른 고양이를 만나게 되면, 그냥 모른 척 지나치지 못하고 어쩐지 그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회합'을 형성하게 되었고, 자신의 영역 안에 어떤 고양이들이 살고 있는지 알아가는 것을 통해 자기 영역을 다시금 파악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건 아직까지 고양이들의 '야간 집합'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수많은 의문을 남겨둔 채, 도시의 고양이들은 점점 더 인간에게 의지하는 집고양이의 형태로 그 성격이 바뀌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언젠가는 '야간 집합'을 볼 수 없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결국 수수께끼는 수수께끼인 채로 남겨질 모양이다.

 

고양이의 영역 넓이는 제각각 다르다.

고양이는 자신만의 영역을 만드는 동물이다. 영역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식량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야생의 경우라면 먹잇감이 있어 사냥이 가능한 장소와 배변을 편안하게 해결할 수 있는 장소, 그리고 안전하게 잠잘 수 있는 장소를 포함한 공간이 자신의 영역에 들어간다. 하지만 집고양이의 경우 음식은 인간이 제공해주고 있으므로, 편안하게 낮잠을 잘 수 있는 공간과 배변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자신의 영역 안에 포함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고양이에게 어느 정도 넓이의 영역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단순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야생의 경우, 먹잇감이 부족한 곳이라면 넓은 범위의 영역이 필요하게 되지만, 반대로 먹잇감이 풍부한 장소라면 좁아도 문제없다. 집고양이의 경우 만약 쾌적한 낮잠 장소와 안전한 배변 장소 간의 거리가 가깝다면 넓은 지역을 자신의 영역으로 삼을 필요가 없게 된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집고양이의 경우에는 집 안에 충분한 식량과 쾌적한 낮잠 장소, 안전한 배변 장소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영역은 집의 넓이만으로도 충분하다. 행동 범위로만 보면 결코 넓다고는 볼 수 없지만, 고양이의 영역으로서 갖춰져야 할 조건은 모두 충족되어 있다고 하겠다. 고양이의 입장에서 보면 영역에 대한 불만은 없다고 생각해도 된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들처럼 야간 집회에 나가지 못하는데 그래도 괜찮을까'라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면에서는 아무 문제도 없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는 '야간 집회'라는 존재 자체를 모르고 생활하고 있으며, 자신의 영역이 전부 실내에 존재하므로 영역 순찰 중 삼삼오오 모이게 되는 '야간 집회'에 나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