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운동신경이 뛰어난 이유
발군의 점프력, 곡예하는 듯한 유연한 몸, 유사시에는 눈으로 따라잡기도 힘든 빠른 속도를 보이는 고양이, 운동선수도 놀랄 만한 고양이의 가벼운 움직임은 탄력성이 뛰어난 인대로 연결된 골격과 스프링처럼 신축성이 좋은 근육 덕분이다. 더불어 평형감각도 뛰어나기 때문에 고양이는 동물의 세계에서 올림픽 선수급의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어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고양이의 크기가 호랑이만 했으면 지구 상의 인류는 멸종했을 거라는 내용도 본 적이 있다.
고양이는 어떻게 이토록 훌륭한 신체 조건을 가지게 되었을까? 고양이의 운동신경이 뛰어난 이유는 고양이의 단독 생활에 있다. 혼자 하는 사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먹잇감보다 먼저 움직일 수 있는 운동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자신을 노리는 적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좁은 곳을 빠져나가는 운동능력도 필요하다. 거꾸로 말하면 이런 신체적인 능력이 없는 고양이는 살아남기 힘들며, 자손을 남기는 것도 어렵다. 현재 생존하고 있는 고양이를 '올림픽 선수'의 자손들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화'의 과정이다.
고양이는 1m 정도 높이의 장소에서 뒷다리만의 점프로 가볍게 뛰어내리는 것이 가능하다. 부드러운 척추를 둥글게 말아 구부렸다가 뒷다리의 점프와 함께 구부린 척추를 펼치면 스프링이 튀어나가는 것처럼 몸을 움직일 수 있다. 무엇인가에 놀란 고양이가 그 자리에서 그대로 튀어 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심하게 놀랐을 때는 문틀 위까지 한 번에 올라가기도 한다고 한다. 들어가기 싫어하는 고양이를 캐리백에 넣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양이의 몸이 얼마나 유연하며 자유자재로 움직이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겁먹은 상태의 고양이를 만져보려고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양이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할퀴는지, 얼마나 강력한 턱의 힘으로 물어뜯는지, 그리고 얼마나 놀라운 힘을 발휘해 달아나는지 알 것이다. 보통 때는 멍 해 보이는 고양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힘과 기술을 숨기고 있다.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거꾸로 떨어져도, 공중에서 재빨리 몸을 돌려 자세를 바로 잡은 후 네 다리로 안정감 있게 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동물이다. 고양이는 민감한 세반 고리관(평형감각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귓속에 있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몸의 기울어진 정도를 정확하게 잡아낸다. 하지만 기울어짐을 감지했다는 것만으로 공중회전이나 착지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고양이의 몸이 유연하기 때문에 반사적인 행동이 가능한 것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고양이는 순간적으로 머리를 회전시켜 정상적인 위치를 잡는다. 그리고 상반신을 회전시켜지면을 향해 앞다리를 넓게 벌린 후, 하반신을 회전시켜 착지자세로 들어간다. 이 순간적인 회전 동작은 유연한 몸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며, 유연한 몸과 뛰어난 세반 고리관의 연계 덕분에 가능한 동작이다. 그렇다면 고양이가 떨어져도 다치지 않는 높이는 어느 정도일까? 아무리 높은 곳에서도 고양이는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다. 하지만 가속도로 인한 착지 시의 충격을 견디기에는 한계가 있다. 상처입지 않고 착지를 할 수 있는 높이는 바닥이 부드러운 경우, 아파트 3층 정도의 높이라고 알려져 있다.
우수한 운동신경을 가진 고양이지만 지구력만큼은 부족하다. 그래서 장시간 지속적으로 달리거나 거친 움직임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순발력은 뛰어나지만 지구력은 뛰어나지 못한 근육의 주인공이 바로 고양이인 것이다. 고양이는 사냥할 때, 먹잇감을 기다렸다가 은밀히 따라간 후 한 번에 공격해 숨통을 끊어놓는 방법을 쓰기 때문에 순발력이 뛰어난 편이 사냥에 유리하다. 적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에도 순발력을 이용해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도망치면 되기 때문에 지구력은 고양이에게 거의 필요하지 않게 진화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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